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1970년대 한국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 재개발의 물결 속에서 철저히 소외된 한 가족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 작품입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이 소설이 여전히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는 이유는, 작품 속 가난과 불평등의 구조가 오늘날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난쟁이 가족, 지옥 같은 일상
이야기의 중심에는 '난쟁이'라는 멸칭으로 불리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키 117cm, 체중 32kg의 왜소한 몸을 가진 그는 평생을 사람들의 조롱과 멸시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세 자녀인 '나'(영수), 영호, 영희로 이루어진 다섯 식구는 낙원구 행복동 46번지라는 아이러니한 이름의 달동네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냅니다. 가족에게 매일은 전쟁이고, 매일 패배로 끝납니다. 어머니는 그 모든 고통을 말없이 감내하며 가족을 지탱하는 유일한 버팀목입니다.
'나'는 이 고통이 단순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는 사실을 서서히 깨달아 갑니다. 가족의 조상들은 대대로 '천인(賤人)'이자 노비로서 착취당하며 살아왔습니다. 아버지의 비참한 삶은 그 기나긴 비극의 연장선에 불과합니다. 아버지는 쇠약해지는 몸으로 새로운 일을 찾으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결국 기억력과 판단력마저 잃어가며 현실과 동떨어진 말을 늘어놓습니다.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조용히 당부합니다. 이제 너희가 아버지 대신 가장이 되어야 한다고.
철거 계고장과 재개발의 폭력
그나마 유일한 안식처였던 집마저 빼앗길 위기가 찾아옵니다. 공장에서 돌아온 '나'가 가져온 것은 재개발 사업 구역 내 건물 철거를 통보하는 계고장이었습니다. 2010년 9월 30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와 함께 비용까지 징수된다는 냉정한 내용이었습니다. 밥을 먹다 이 소식을 접한 어머니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망연자실합니다. 가족이 무허가 건물 번호가 새겨진 알루미늄 표찰을 손으로 직접 떼어 조심스럽게 간직하는 장면은 이 소설에서 가장 슬픈 장면 중 하나입니다. 그것이 이 가족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흔적이었으니까요.
동사무소 주변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주민들의 분노와 혼란으로 가득합니다. 게시판에는 아파트 이주 절차와 이주 보조금 안내가 붙어 있고, 그 옆에서는 입주권을 노리는 거간꾼들이 주민들을 집요하게 설득합니다. 가족 내에서도 갈등이 깊어집니다. 영호는 끝까지 집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아파트로 이주할 자금이 없는 현실에서 입주권을 파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승용차를 탄 투기꾼이 동네에 나타나 주민들의 입주권을 25만 원이라는 헐값에 사들이기 시작합니다. 그는 다른 업자보다 조금 높은 가격을 내세워 입주권을 독점한 뒤, 이를 45만 원에 되팔아 막대한 차익을 챙깁니다. 가난한 이들의 절박함을 철저히 이용해 부를 축적하는 구조적 착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가족 역시 결국 25만 원에 입주권을 넘기고 맙니다.
자녀들의 희생과 영희의 실종
생계를 위해 '나'와 영호, 영희는 중학교를 그만두고 인쇄소, 철공소, 빵집 등에서 일하기 시작합니다. 세 남매는 이 계급 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공부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현실의 벽 앞에서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날 밤,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방죽으로 나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달이 둥둥 뜬 그 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는 학교에만 다녀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말이 얼마나 무력하고 슬픈 소원인지를, 그 자리에 있던 '나'는 말없이 느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후 영희는 줄 끊어진 기타와 팬지꽃 두 송이만을 챙겨 아무 말 없이 집을 나갑니다. 동네에는 영희가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다는 소문까지 돌지만, '나'는 그것이 사실일 리 없다는 것을 압니다. 영희의 실종은 이 가족에게 또 하나의 깊은 상처로 남습니다.
영희의 복수와 아버지의 죽음
집을 떠난 영희는 가족의 입주권을 헐값에 사들인 바로 그 투기꾼의 비서로 일하게 됩니다. 화려하고 권력적인 그의 삶과 자신 가족의 처참한 현실 사이의 간극을 매일 눈으로 마주하면서, 영희의 내면에는 복수심이 서서히 쌓여갑니다. 결국 영희는 투기꾼을 약으로 재운 뒤 그의 금고에서 돈과 칼을 훔쳐 도망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파트 임대 신청을 하기 위해 동사무소로 향합니다.
그러나 그 길에서 영희가 목격한 행복동은 이미 흔적조차 남지 않은 넓은 공터였습니다. 가족의 삶이 켜켜이 쌓여 있던 모든 것이 사라진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신애 아주머니는 영희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전합니다. 벽돌 공장 굴뚝을 허무는 날, 아버지가 그 굴뚝 속으로 떨어져 숨졌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생 '난쟁이'라는 이름으로 조롱받으며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살다 간 아버지는, 그렇게 산업화의 잔해 속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끝나지 않는 고통, 남겨진 분노
영희는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완전히 무너집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단순한 슬픔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나'는 아버지의 죽음이 한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이 대를 이어 착취당하고 소외당해온 구조적 비극의 필연적인 결말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영희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환청처럼 들으며, 아버지를 '난쟁이'라 불렀던 이들에 대한 분노를 가슴 깊이 품습니다. 가족의 보금자리는 사라졌고, 그들의 삶은 여전히 회색빛 고통 속에 남겨집니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산업화와 도시 재개발의 물결 속에서 가장 먼저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이 누구인지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가 이익을 취하는지를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이 소설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읽히는 이유는, 이야기 속 불평등과 소외의 구조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참고: LiveWiki — https://livewiki.com/ko/content/dwarf-ball-josep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