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었죠. 그런데 막상 결혼하고 나니 현실은 제 기대와 달랐습니다. 저는 은행에 모아둔 돈도 거의 없었고, 부모님이 마련해 주신 월세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를 읽으면서 엠마 보바리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갔습니다.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가, 결혼생활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으니까요.
엠마 보바리가 꿈꾼 이상과 마주한 현실
엠마 보바리는 낭만소설(Romantic Fiction)에 심취해 있던 여성이었습니다. 여기서 낭만소설이란 19세기 유럽에서 유행했던 감정 중심의 연애 서사를 담은 문학 장르를 의미합니다. 엠마는 이런 소설 속 주인공처럼 격정적인 사랑을 꿈꿨지만, 현실에서 만난 남편 샤를 보바리는 선량하지만 둔감한 시골 의사였습니다.
결혼 후 엠마는 평범한 일상에 권태를 느꼈고, 보바리 후작의 성에서 열린 파티에서 상류사회의 화려함을 경험하면서 현실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졌습니다(출처: 프랑스 문학 아카이브). 이후 용빌로 이사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기대했지만 지루함은 계속되었고, 결국 지주 로돌프 블랑제와 불륜 관계에 빠지게 됩니다.
저도 결혼 초기에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제 아내는 세련되고 지적인 이미지에 웃는 모습이 예뻤는데, 저는 데이트할 때도 아버지 차를 빌려야 했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습니다. 아내가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결혼식을 서둘러 올렸고, 만난 지 6개월도 안 돼서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욕망을 채우려는 시도와 깊어지는 절망
엠마는 로돌프와의 도피를 계획했지만, 그는 현실적인 이유로 엠마를 버렸습니다. 1년 후 루앙으로 여행을 간 엠마는 젊은 법무사 레옹 뒤푸 이를 만나 두 번째 불륜 관계를 시작합니다. 이때 엠마는 사치와 낭비를 거듭하며 상점에서 외상으로 물건을 사고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리기 시작했습니다.
고리대금(Usury)이란 법정 이자율을 훨씬 초과하는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19세기 프랑스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빚을 진 사람들이 파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엠마의 빚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고, 레옹마저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그녀를 외면했습니다.
저희 부부도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제가 친한 동생에게 사기를 당했을 때 아내는 제 사정을 알지 못해서 정말 많이 화를 냈고,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돈을 못 주는 제 처지도 너무 괴로웠습니다. 가끔은 화를 참지 못하고 손지검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엠마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갔습니다.
엠마는 마지막 희망으로 로돌프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냉정하게 거절당했습니다. 절망에 빠진 엠마는 모든 재산이 압류될 위기에 처하자 약국에서 비소(Arsenic)를 훔쳐 마시고 자살합니다. 비소는 19세기 유럽에서 살충제나 쥐약으로 흔히 사용되던 맹독성 물질로, 섭취 시 극심한 고통을 동반하며 사망에 이르게 합니다.
진실한 사랑과 평범한 행복의 가치
엠마의 죽음 후 샤를은 아내의 불륜과 빚을 알게 되지만,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다 몇 달 뒤 세상을 떠납니다. 플로베르는 엠마의 삶을 통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지혜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출처: 프랑스 국립도서관).
엠마 보바리 증후군(Bovarism)이라는 심리학 용어도 이 소설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는 현실에 불만족하며 비현실적인 이상을 추구하다가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심리 상태를 의미합니다. 일부에서는 엠마의 선택이 당시 여성에게 주어진 제한된 자유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녀가 평범한 것의 소중함을 몰랐다는 점이 더 안타까웠습니다.
결혼생활에서 중요한 요소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경제적 안정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신뢰하고 지켜주는 마음
- 화려한 사랑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함께하는 시간의 가치
- 현실적인 어려움 앞에서도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의지
저희 부부는 정말 많이 싸웠지만, 결국 아내는 저를 받아주었고 저를 믿어주었으며 저를 지켜주었습니다. 지금도 함께 험난한 세상을 버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엠마가 샤를의 진심을 알아봤더라면, 평범한 행복의 가치를 깨달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담 보바리》를 읽으면서 진실한 사랑과 진실한 마음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화려한 욕망보다는 평범하지만 진실한 사랑이 더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결혼생활은 드라마나 소설처럼 극적이지 않지만,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진짜 사랑을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