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요리사의 기술 습득 (참치 손질, 모방 학습, 1년의 수련)

by sudajjeongea 2026. 3. 13.

요리사가 되려면 정말 학원에서 배워야만 할까요? 저는 서울 부자 동네 참치 전문점 주방에서 1년을 보내며 그 답을 찾았습니다. 2000년대 중반, 성공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친구들과 모은 돈을 들고 상경했던 저에게 첫 직장은 참치 전문점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배운 방식은 학원의 커리큘럼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몸으로 익히는 '도제식 기술 습득(apprenticeship learning)'이었습니다. 여기서 도제식 기술 습득이란 전통적으로 장인이 제자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체계적 교육보다는 관찰과 모방, 반복을 통해 숙련도를 높이는 학습법을 의미합니다.

 

 

참치 손질부터 시작한 주방 수련 과정

제 하루는 홀 청소로 시작했습니다. 새벽같이 출근해 테이블을 닦고 나면 단무지를 썰어야 했고, 그다음엔 냉동고에서 참치를 꺼내 부위별로 선별하는 작업이 기다렸습니다. 실장님이 오시기 전까지 소금물로 참치를 씻어 놓는 것까지가 제 몫이었습니다.

 

참치는 부위별로 지방 함량과 식감이 천차만별입니다. 오토로(대토로), 주토로(중토로), 아카미(적신) 등으로 나뉘는데, 여기서 오토로란 참치 배 부위의 가장 기름진 부분으로 마블링이 풍부하여 입에서 살살 녹는 최고급 부위를 뜻합니다(출처: 수산물품질관리원). 처음엔 이런 부위 구분조차 몰라 실장님 눈치를 보며 하나하나 익혀야 했습니다.

 

준비 작업을 마치고 나면 허드렛일이 이어졌습니다. 설거지, 재료 정리, 청소까지 주방 보조로서 해야 할 일은 끝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이 시절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기술을 배우고 싶어 실장님 곁을 기웃거리면 "일이나 해"라는 핀잔만 들어야 했으니까요.

 

국내 조리 종사자의 평균 수련 기간은 약 2~3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한국산업인력공단). 저 역시 비슷한 시간을 투자했지만, 처음 1년은 기술 습득보다는 '관찰의 시간'이었습니다.

모방을 통해 터득한 나만의 기술

누군가의 기술을 배운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자기가 어렵게 습득한 기술을 호락호락 가르쳐 줄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저 역시 친절한 교육을 기대할 수 없었기에 눈으로 보고 따라 하는 '모방 학습(observational learning)'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모방 학습이란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대로 따라 하면서 기술을 체득하는 학습 방식으로, 심리학자 반두라(Albert Bandura)가 제시한 사회학습이론의 핵심 개념입니다.

 

실장님이 참치를 써는 모습을 하루에도 수십 번 지켜봤습니다. 칼을 쥐는 각도, 칼날이 들어가는 깊이, 썰어낸 단면의 두께까지 모든 동작을 머릿속에 담았습니다. 퇴근 후에는 집에서 무를 사다 놓고 칼질 연습을 했습니다.


처음엔 두께가 들쑥날쑥했고, 단면도 지저분했습니다. 하지만 몇 달간 반복하니 조금씩 실장님의 손놀림과 비슷해졌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모방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음 세 가지였습니다.

  • 관찰의 집중도: 단순히 보는 게 아니라 '왜 저렇게 하는가'를 생각하며 봐야 합니다
  • 반복의 횟수: 한두 번 따라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수백 번 반복해야 손에 익습니다
  • 피드백의 수용: 실장님이 던진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고 즉시 교정해야 합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주방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저는 끊임없이 기술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마침내 제 손으로 참치를 손질하고 손님 앞에 내놓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저는 떳떳한 한 명의 요리사로 대접받을 수 있었습니다. 손님들이 "이 참치 정말 맛있네요"라고 말할 때, 그 1년의 고된 시간이 비로소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1년은 단순히 기술을 배운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인내와 관찰, 모방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법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요즘은 요리 학원도 많고 유튜브로도 배울 수 있지만,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익힌 기술은 그 어떤 교육보다 값졌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여러분도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싶다면, 화려한 커리큘럼보다 먼저 그 일을 하는 사람 옆에서 끈질기게 지켜보고 따라 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 과정이 힘들더라도, 결국 여러분만의 기술로 남을 테니까요.


참고: https://livewiki.com/ko/content/october-book-recommendati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