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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죽음이란 (현재에 충실한 삶, 자기 성찰, 가족과의 기억)

by sudajjeongea 2026. 3. 18.

저는 어릴 때 죽음의 문턱을 넘어온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이후로 가끔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혹시 지금 제가 사는 삶이 덤으로 얻은 시간은 아닐까 하고요. 일반적으로 죽음은 멀리 있는 추상적 개념으로 여겨지지만, 제 경험상 죽음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고, 그 순간 이후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16세기 프랑스 사상가 몽테뉴는 '에세이(수상록)'를 통해 죽음을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태도를 강조했습니다. 그의 통찰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지, 그러고 그것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현재에 충실한 삶: 미래 염려 대신 지금 이 순간

몽테뉴는 미래를 과도하게 염려하는 것이 오히려 현재의 의미를 앗아간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서 '현재 중심적 사고(Present-centered Thinking)'란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심리적 태도를 의미합니다. 그는 플라톤의 격언 "내게 주어진 일을 행하고 너 자신을 알라"를 인용하며, 자기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더 오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제 경험상 중요한 건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질이었습니다. 저 역시 죽음의 문턱을 넘어왔을 때, 제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몽테뉴는 삶의 가치가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았는가로 결정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결혼을 하고 아내와 아이들이 생긴 지금, 저는 "더 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가정으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아졌고, 마음대로 죽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의 질과 관련하여 세계보건기구(WHO)는 'Quality of Life'를 개인이 살고 있는 문화와 가치 체계 안에서 자신의 목표, 기대, 기준, 관심사와 관련하여 인식하는 주관적 안녕 상태로 정의합니다(출처: WHO). 몽테뉴가 강조한 것도 바로 이런 주관적 삶의 충만함이었습니다.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죽음을 둘러싼 의식과 사회적 표상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죽음에 씌워진 가면을 벗겨내면, 죽음은 무보다 대수롭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겪었던 아픔과 즐거움, 억울했던 기억들이 모두 제가 살아남은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서 마지막 순간과 조우했을 때, 적어도 나 스스로 후회와 아쉬움보다 잘 살았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성찰: 내면의 작은 방을 마련하는 일

몽테뉴는 우리의 고통이 영혼 안에 있으며, 영혼을 평온하게 하기 위해서는 내면으로 들어가 그 안에 머물러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여기서 '내면 성찰(Inner Reflection)'이란 외부의 자극과 타인의 평가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이해하는 심리적 과정을 말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홀로 있음의 의미이며,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서 만족을 구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행복은 외부 환경에서 온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진정한 평온은 내면에서 찾아야 했습니다. 몽테뉴는 외부의 것에 행복이 좌우될 정도로 집착해서는 안 되며, 자기만의 작은 방, 소중한 은신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곳에서 자신을 마주하며 매일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홀로 있을 때 자기 자신이 수많은 사람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한국심리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 성찰 능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심리적 안녕감과 삶의 만족도가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심리학회). 저 역시 아내와 식탁에 마주 앉아 아주 먼 미래를 이야기해 본 적이 있습니다. 가장 슬픈 것은 서로를 기억하지 못하고 요단강을 건너는 거라고 말했습니다. 서로의 진심이 느껴지는 대화였고, 그날 저희는 많은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몽테뉴는 육체의 쾌락을 혐오하는 것이 어리석다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영혼이 몸을 지지하고 도우며 자연스러운 즐거움에 참여하여 금슬 좋은 부부처럼 어우러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균형입니다. 무절제는 쾌락의 골칫거리이며, 절제는 쾌락의 맛을 돋운다는 것입니다.

 

자기 성찰의 핵심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외부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중심 확립
  •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마주하는 용기
  • 과거에 대한 후회보다 현재의 선택에 집중하는 태도
  •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는 절제된 삶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차피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일이고, 이는 우주의 거대한 흐름 속에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과의 기억: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한 노력

몽테뉴는 노년에 찾아오는 신체적 변화와 욕망의 감소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세월의 흐름에 휩쓸려 판단력까지 퇴행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늙어가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결함을 피하거나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여기서 '정서적 유산(Emotional Legacy)'이란 물질적 재산이 아닌,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남기는 긍정적인 기억과 영향력을 의미합니다.

 

저는 아이들을 보면서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죽음은 개인의 끝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남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계속 살아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몽테뉴는 "사는 것이야말로 그대가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일 뿐더러 가장 빛나는 일"이라고 말하며, 인간의 가장 명예로운 업적은 올바르게 사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영혼의 위대함은 저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데 있지 않고, 마땅한 제자리를 찾아 그 자리를 지키는 데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하찮게 여기지 않고, 매사 이성과 양심에 따라 행동하여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솔직히 이건 제게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매일같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노력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몽테뉴는 행복하게 죽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사는 것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며, 과거도 미래도 염려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지혜라고 역설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늘 같은 결론 속에 생을 마감하지는 않습니다. 저 역시 제가 바라는 대로 제 삶을 정리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단지 그렇게 되고 싶은 것이니까요.

 

저는 아내와 나눴던 그 대화를 자주 떠올립니다. 서로를 기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것이 가장 슬프다는 그 말을 말입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지만, 정말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남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기억으로 남는 것, 그리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몽테뉴의 통찰은 5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 좋은 죽음을 맞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아픔과 즐거움, 억울함과 행복을 모두 겪으며 살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적어도 나 스스로에게 "잘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좋은 죽음입니다. 여러분도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고 계신가요?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이 좋은 삶, 좋은 죽음으로 가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참고: https://livewiki.com/ko/content/embrace-aging-death-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