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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읽기 경험 (군대 행정, 표현의 자유, 행복추구권)

by sudajjeongea 2026. 3. 6.

헌법 읽기 경험 (군대 행정, 표현의 자유, 행복추구권)

헌법 제1조 제2항을 읽었을 때의 비장함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2002년 가을 군대에서 행정병으로 복무하던 제게 헌법은 단순한 법률 서적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법령이 나올 때마다 헌법책을 관리하고 정리하면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구절이 얼마나 웅장한 선언인지 체감했습니다. 숭실대학교 도서관의 '투게더 책방'에서 진행된 '일생에 한 번은 헌법을 읽어라' 독서 토론회는 이러한 헌법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공합니다. 20대 대학생들이 법학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경계를 넘어 헌법의 본질적 가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저 역시 오래전 군대에서 느꼈던 그 감정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헌법 조문과 일상 속 실천, 군대에서 배운 국민주권

헌법은 총 130개 조문으로 구성된 대한민국의 최상위 규범입니다. 여기서 조문이란 법률을 구성하는 개별 항목을 의미하며, 각 조문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 국가 조직의 원리를 명시합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투게더 책방에 참여한 국제무역학과 코니 학생은 "헌법이 뉴스에만 나오는 먼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우리 일상과 매우 밀접하다"고 말했습니다.

 

저 역시 군 복무 시절 헌법 제1조를 읽으며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선언은 단순한 문구가 아니었습니다. 행정병으로 법령 개정 사항을 정리하면서, 이 모든 법률이 헌법이라는 뿌리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법학과 학생 다은은 "모든 법률이 헌법에서 출발함을 알면서도 전공 공부 중에는 이를 잊곤 했다"라고 고백했는데, 저도 군 제대 후 오랜 시간 헌법을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

 

일상 속에서 헌법 조항을 준수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국민주권의 실천입니다. 코니 학생은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며 "SNS에서 뉴스를 공유할 때 가짜 뉴스 여부를 확인하고 책임감 있게 전달하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기본권이지만, 동시에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제한도 함께 존재합니다. 여기서 기본권이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를 의미합니다.

다수와 소수의 의견, 그리고 민주주의의 본질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다수와 소수의 의견 차이가 발생합니다. 법학과 수정 학생은 "우리가 언제는 소수자일 때가 있고 언제는 다수자의 편에 설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제가 군대에서 법령을 정리하며 느꼈던 감정과 닿아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은 다수결의 원칙뿐만 아니라 소수자 보호 장치도 함께 규정합니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에는 소수의견(Dissenting Opinion)이 첨부되는데, 이는 다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재판관의 의견을 기록한 것입니다(출처: 헌법재판소).

 

소수의견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 다수 의견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쉽게 말해 지금은 소수의 목소리라도 시간이 지나면 정당한 다수의 의견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살면서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며 생각이나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생각이 다르다고 그것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 자체가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적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다은 학생이 말한 "왜 그 사람들이 그런 동기를 갖게 되었고 어떻게 그 생각에 도달했는지 그 과정 하나하나를 궁금해하는 태도"는 바로 이러한 민주주의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입니다.

 

토론회에서 코니 학생은 "이해"를 핵심 가치로 꼽았습니다.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만나는 것이며, 살아온 환경과 가치관이 다르기에 의견 차이는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고 조율되는 과정에서 성장합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는 것, 이것이 바로 헌법이 지향하는 민주공화국의 모습입니다.

헌법적 가치의 핵심, 행복추구권과 인격적 권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합니다. 행복추구권(Right to Pursue Happiness)은 단순히 행복해질 권리가 아니라, 국가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삶의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는 포괄적 기본권입니다. 여기서 행복추구권이란 개인이 자신의 가치관과 인생관에 따라 스스로 선택한 방식으로 살아갈 자유를 의미합니다.

 

투게더 책방 진행자 호수와 코니 학생은 행복추구권을 130개 조문의 공통적 가치로 꼽았습니다. 저자가 "국가가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한 부분에서, 국가의 존재 이유는 결국 국민 개개인의 행복 실현에 있다는 메시지를 읽어냈습니다. 코니는 "하늘을 보고 공기를 마시는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며, 대한민국이 존재하기에 이러한 일상의 행복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법학과 수정 학생은 헌법적 가치를 "인간이라면 누릴 수 있는 모든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 정의했습니다. 다은 학생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장받을 수 있는 인격적 권리"를 핵심으로 보았습니다. 두 의견 모두 결국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 보장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군대에서 헌법을 읽으며 느낀 웅장함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저에게는 투표권, 선거권, 공직 참여권이 보장되었습니다. 제 자식들도 이 땅에서 같은 권리를 보장받으며 살아갑니다. 인간적인 것은 결국 서로가 서로를 존중할 때 나오는 미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유란 참 좋은 것이지만, 그만한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갈 때 비로소 의미 있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가치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 보장
  • 국민주권과 민주공화국 원칙
  •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각종 기본권 보호
  • 다수와 소수 의견의 공존과 상호 존중

이 책을 읽은 참여자들은 모두 헌법이 전공자나 법률 종사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일상 속에서 숨 쉬듯이 보장받아 왔던 것들이 모두 헌법과 관련되어 있었음을 깨달았다는 소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코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신의 삶의 기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고, 다은은 "헌법이 우리의 삶의 의미를 정의하는 데 가치가 있다"라고 정리했습니다.

 

20년도 더 지난 군 복무 시절, 행정병으로 헌법을 정리하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때 읽었던 헌법 제1조의 비장함이 여전히 생생한 이유는, 저 역시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더라도, 그것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인격적 권리는 바로 이러한 차이를 존중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일생에 한 번쯤은 헌법을 읽어보길 권합니다. 그 속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권리의 소중함을 다시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https://livewiki.com/ko/content/ssbs-soongsil-library-constitu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