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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가지 인생의 법칙 (어깨를 펴고 서는 법)

by sudajjeongea 2026. 3. 4.

어깨를 펴고 서는 법 (자존감, 세로토닉, 파레토법칙)

회사에서 돌아와 현관문을 열 때마다 저는 제 어깨가 얼마나 구부러져 있는지 깨닫습니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은 마치 무언가에 짓눌린 사람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아빠!" 하며 달려올 때조차 저는 피곤한 표정으로 소파에 몸을 던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섯 살 큰아이가 유치원에서 그린 그림을 보여줬는데 거기 그려진 아빠의 모습은 허리가 굽어 있었습니다. 그 순간 뭔가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바닷가재가 알려준 자존감의 비밀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 첫 번째 법칙을 읽으면서 저는 바닷가재 이야기에 멈춰 섰습니다. 바닷가재는 영역 다툼에서 이기면 세로토닌(Serotonin) 수치가 올라가고, 지면 떨어진다고 합니다. 여기서 세로토닌이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기분, 자존감, 사회적 지위 인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질입니다.

 

더 놀라운 건 인간의 우울증 치료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가 바닷가재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약물은 뇌 속 세로토닌 농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3억 5천만 년 전부터 진화해 온 바닷가재와 우리가 같은 신경화학 체계를 공유한다니, 자존감과 자세의 관계가 얼마나 오래되고 근본적인 것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사람들의 자세를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이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거나, 어깨가 말려 있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회사에서는 상사 앞에서 허리를 굽혔고, 거래처 미팅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몸을 낮췄습니다.

 

파레토의 법칙(Pareto Principle)은 이런 현상을 설명합니다. 이 법칙은 상위 20%가 전체 결과의 80%를 차지한다는 원리로, 바닷가재 세계뿐 아니라 인간 사회의 소득 분배, 권력 구조에도 적용됩니다. 승자독식 구조 속에서 저는 스스로를 패배자로 규정하고 있었던 겁니다.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에 따르면 자세만 바꿔도 2분 만에 호르몬 수치가 변한다고 합니다 출처: Harvard Medical School. 물리적 자세가 생화학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과학적 근거였습니다.

 

한 달 전부터 저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의식적으로 어깨를 펴고 턱을 당겼습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오히려 더 피곤했습니다. 하지만 2주쯤 지나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회의 시간에 제 의견을 말할 때 목소리 톤이 달라졌고, 동료들의 반응도 달라졌습니다.

굽신거림과 자존감 사이

저는 20년 넘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신입사원 때부터 배운 건 "겸손"이었지만, 그게 언제부턴가 자기비하로 바뀌었습니다. 누구 앞에서는 머리를 숙이고, 또 다른 누구 앞에서는 괜한 위세를 부리며 살았습니다. 이중적인 태도 속에서 정작 제 자신 앞에서는 가장 당당하지 못했습니다.

 

피터슨이 말하는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는 단순한 자세 교정이 아닙니다. 이것은 존재의 부담을 자진해서 받아들이고 삶의 요구에 자발적으로 응답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여기서 존재의 부담이란 자신의 삶에 대한 온전한 책임을 의미합니다. 저는 그동안 이 책임을 회피하면서 동시에 스트레스는 받는 모순된 삶을 살았던 겁니다.

 

제 아내는 제가 집에서조차 움츠러들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에도 등을 구부정하게 하고 앉아 있었고, 아이들과 놀 때도 소파에 기댄 채 핸드폰만 들여다봤습니다. 아이들은 저를 최고의 아빠라고 생각할 텐데, 정작 저는 제 자신에게 자신이 없었습니다. 미국 심리학회(APA)에 따르면 부모의 자세와 태도가 자녀의 자존감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제 구부정한 모습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학습되고 있었던 겁니다.

 

한 달 전부터 저는 집에서도 의식적으로 자세를 바꿨습니다. 식탁에 앉을 때,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출 때, 설거지를 할 때도 어깨를 폈습니다. 처음엔 근육이 땅기고 불편했지만, 신기하게도 기분이 달라졌습니다. 뇌 속 신경전달물질 수치가 실제로 변한다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리스트로 정리하면 제가 실천한 방법은 이렇습니다:

  • 아침 출근 전 거울 앞에서 1분간 어깨 펴고 서기
  •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볼 때도 고개 들고 보기
  • 회의 시간에 등받이에 기대지 않고 허리 세우기
  • 저녁 식사 때 의자 깊숙이 앉아 척추 곧게 펴기
  • 아이들 눈높이 맞출 때 무릎 꿇되 상체는 곧게 유지하기

겸손과 자기존중 사이에서

피터슨은 어깨를 펴라고 하지만, 한국 사회의 현실은 그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위아래가 분명한 조직문화 속에서 당당함은 때로 무례함으로 읽힙니다. 부장님 앞에서 어깨를 펴고 의견을 말했다가 "건방지다"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이게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순입니다.

 

하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겸손과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그 둘을 혼동하며 살아왔습니다. 남 앞에서 겸손한 척하느라 정작 제 자신 앞에서도 당당하지 못했던 겁니다. 적어도 혼자 있을 때, 가족 앞에서, 거울 앞에서만큼은 똑바로 서야 합니다. 그게 이 법칙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에서는 신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개념을 강조합니다. 이는 우리 몸의 자세와 움직임이 생각과 감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입니다. 단순히 마음먹기의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 자세 변화가 실제로 뇌 화학 작용을 바꾼다는 겁니다.

 

지난주 제 큰아이가 학예회에서 발표를 했습니다. 무대에 오르기 전 긴장한 아이에게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깨 쫙 펴고, 턱 들고 올라가. 아빠가 옆에서 보고 있을게." 아이는 제 말대로 했고, 당당하게 발표를 마쳤습니다. 무대에서 내려온 아이의 얼굴은 자신감으로 빛났습니다.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가 먼저 변해야 아이들도 변한다는 것을.

 

지금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힘든 날엔 어깨가 처지고, 퇴근길 지하철에서 녹초가 되어 구부정하게 앉아 있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현관문을 열기 전엔 한 번 숨을 고르고 어깨를 펍니다. 아이들이 달려올 때 구부정한 아빠가 아니라, 곧은 자세의 아빠로 맞이하려고 노력합니다. 바닷가재도 할 수 있는 일을, 저라고 못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세로토닌은 자세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자세는 선택입니다.


참고: https://livewiki.com/ko/content/12-rules-for-life-jordan-peter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