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년 만에 세계 지도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사실을 믿으시나요? 저는 최근 유시민 작가의 강연을 들으며 20세기가 인류 역사상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겪은 시기였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러시아, 오스만, 합스부르크 같은 거대 제국들이 200개가 넘는 국민 국가로 쪼개졌고, 군주정 중심 세계가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되었습니다. 저 역시 최루탄 냄새를 맡으며 자란 세대로서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적 격변을 몸으로 체감했기에,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통계나 역사책 속 이야기가 아닌 실제 우리 삶을 뒤바꾼 혁명이었음을 압니다.
제국 체제에서 국민 국가로
20세기 초반만 해도 세계는 소수의 거대 제국이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러시아 제국, 오스만 제국, 합스부르크 제국이 세계 인구의 대부분을 통치했고, 영국과 일본 역시 제국주의 노선을 걷고 있었습니다. 정치 체제는 군주정이 주류였고, 권력은 세습되는 것이 당연시되었습니다.
그러나 100년이 지난 지금 이 제국들은 모두 해체되었고, 약 200여 개의 유엔 회원국으로 구성된 국민 국가 체제(Nation-State System)가 자리 잡았습니다. 여기서 국민 국가란 특정 영토 안에서 공통의 정체성을 가진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정치 단위를 의미합니다(출처: 유네스코).
저는 이 변화가 단순히 지도상의 선이 바뀐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분단국가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념과 사상에 대해 극도로 민감할 수밖에 없었고, 독재 정권과의 싸움은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독재가 있었고, 태어난 후에도 한동안 독재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사람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은 결국 시대를 바꿨습니다.
성평등과 정치 권력의 재편
20세기는 여성 참정권이 확대된 시기이기도 합니다. 뉴질랜드가 1893년 세계 최초로 여성 투표권을 도입했고, 영국은 1918년, 미국은 1920년에야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했습니다(출처: 국제여성인권센터).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여성은 정치적 결정권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 변화가 얼마나 혁명적인지 종종 간과하게 됩니다. 과거 정치 권력자는 대부분 나이 든 남성 황제였지만, 지금은 젊은 여성 지도자도 선출되는 시대입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성평등(Gender Equality)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성평등이란 성별에 관계없이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보장받는 상태를 말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극히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공화정 또는 민주주의 시스템이 문명의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 역시 투표를 할 때마다 이것이 얼마나 소중한 권리인지 새삼 느낍니다.
핵무기와 인류 자멸의 역설
20세기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무기가 발명되었습니다. 1차,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재래식 무기를 넘어, 핵폭탄,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잠수함발사 탄도 미사일(SLBM)이 등장했습니다. ICBM이란 사정거리가 5,500km 이상인 대륙 간 타격이 가능한 탄도미사일을 말하며, 인류가 단 한 번의 전쟁으로 스스로를 절멸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을 의미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압도적인 파괴력이 오히려 전쟁을 억제한다는 주장이 있다는 것입니다. 상호확증파괴(MAD, Mutual Assured Destruction)라는 개념이 바로 그것인데, 이는 핵무기를 가진 두 국가가 서로를 공격할 경우 양측 모두 파괴된다는 인식 때문에 실제 전쟁을 억제한다는 이론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핵무기의 존재가 재래식 무기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저는 솔직히 이 부분에서 인류의 미래가 불안합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인간의 본성은 그대로인데, 언젠가 누군가 실수로라도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될까요.
정보 민주화와 언론의 위기
20세기 초 거대한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기자들의 모습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현재는 스마트폰 하나로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정보통신 혁명(ICT Revolution)이며, 정보 유통 비용의 제로화로 이어졌습니다. 정보 유통 비용이란 정보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데 드는 시간과 자본을 의미합니다.
20세기는 '언론의 시대'이자 '지식인의 시대'였습니다. 신문, 잡지, 라디오, 텔레비전 같은 전통 미디어는 공론장(Public Sphere) 역할을 하며 여론 형성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공론장이란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는 사회적 공간을 뜻합니다. 전통 미디어는 다음 네 가지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 사실 보도
- 이해관계의 공정성
- 사상 및 이념의 균형
- 품격 유지
하지만 21세기 들어 뉴 미디어와 개인 미디어가 확산되면서 전통 미디어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렸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통 미디어 스스로가 가짜 뉴스를 유통하고, 특정 이해관계의 당사자가 되며, 이념적 편향성을 보이고, 품격을 잃어버리는 등 스스로의 원칙을 저버렸다는 점입니다.
저 역시 투표할 때 특정 후보의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워 신뢰성 있는 선택을 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미디어의 발달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편해지고 실용성 있는 세상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때로는 아날로그 시대의 방식이 더 안전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대중과 지식인 사이의 정보 격차를 현저히 줄였습니다. 이제 일반 시민도 전문가나 언론인의 주장에 대해 높은 수준의 반박과 비판을 제기할 수 있게 되었고, 지식인들이 거짓말을 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민주주의의 진정한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20세기 100년을 돌아보면, 인간이 굳건하게 믿던 것들이 일시적이고 불합리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됩니다. 엘런 튜링이 예측했던 웨어러블 컴퓨터를 들고 조깅하는 주부의 모습이 불과 50년 만에 현실이 된 것처럼,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것들도 짧은 시간에 바뀔 수 있습니다.
저는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이러한 성찰을 통해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하고 갈등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정치인으로서든 저술가로서든, 그는 언제나 바른말을 하는 사람이었고,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정리해서 전달할 줄 아는 지식인이었습니다. 그의 강연과 저서는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무엇이 바르고 옳은 일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돕는 힘이 있습니다.
참고: https://livewiki.com/ko/content/yoo-si-min-book-talk-world-history-20th-century-trans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