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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끼며 산다는 것 (자존감, 위로, 가족)

sudajjeongea 2026. 3. 3. 16:14

나를 아끼며 산다는 것 (자존감, 위로, 가족)

자신을 아낀다는 것이 정말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사는 이기적인 행동일까요? 저는 지난겨울 충장로에서 추위에 떨던 할머니께 손난로를 건네드리고 나서야, 진짜 나를 아끼는 방법이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너를 아끼며 살아라』는 자존감이 무너진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 곧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첫걸음임을 알려줍니다. 43년간 교단에 선 '풀꽃 시인'이 삶의 고비마다 적어둔 메모에서 탄생한 이 책은,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용기를 전합니다.

 

 

자존감과 자존심, 그 미묘한 차이

나태주 시인은 책에서 자존감(Self-Esteem)과 자존심(Pride)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합니다. 여기서 자존감이란 타인의 평가와 무관하게 스스로를 존중하고 가치 있게 여기는 내면의 힘을 의미합니다. 반면 자존심은 남들 앞에서 체면을 지키려는 외부 지향적 감정이죠. 시인은 "자존심이 주로 낮에 작용한다면, 자존감은 밤에 활약한다"라고 표현하며, 혼자 남았을 때도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자존감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저 역시 이 부분을 읽으며 제 모습을 돌아봤습니다. 직장에서는 자존심 때문에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고 변명부터 늘어놓던 제가, 정작 집에 돌아와서는 '나는 왜 이렇게 형편없을까'라는 자기 비하에 빠져 있었으니까요. 현대 심리학에서는 자존감이 정신 건강의 핵심 지표로 작용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심리학회).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을 느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들 앞에서의 자존심이 아니라 혼자 있을 때도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자존감입니다.

시인은 1971년 등단 이후 출판사로부터 수없이 거절당했던 무명 시절을 고백합니다. 자비 출판까지 해야 했던 그 서러운 시간들이, 결국 200권이 넘는 저서를 낸 지금의 베스트셀러 시인을 만들었죠. 아홉 번 실패했다는 것은 아홉 번 시작했다는 증거이며, 여덟 번 실패한 사람보다 한 번 더 노력했다는 뜻입니다.

 

위로는 말에서 시작되지만 행동으로 완성된다

"아홉 번 실패하더라도 열 번째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우는 시인의 메시지는 분명 따뜻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위로의 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충장로에서 만난 할머니는 "아직도 이렇게 따스한 사람이 있소"라고 하셨지만, 저는 그저 가지고 있던 손난로를 건넸을 뿐입니다. 작은 행동 하나가 말보다 더 큰 위로가 되더군요.

 

시인은 책에서 헤세, 장자, 부처님의 말씀을 인용하며 '무용지대용(無用之大用)'을 이야기합니다.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크게 쓰임 받는다는 장자의 철학이죠. 여기서 무용지대용이란 당장의 실용성으로 판단할 수 없는 본질적 가치를 의미합니다. 겉으로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풀꽃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듯, 우리 삶의 실패와 좌절 속에도 숨겨진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무척이나 사람을 고립시키고 괴롭게 만듭니다.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이해관계 중심으로 사람들이 움직이니까요. 시인의 따스한 위로가 힘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결국 그 모든 과정을 거치는 것은 자기 자신뿐입니다.

 

사람은 마음먹기 나름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말일지라도 당사자가 마음먹지 않으면 소용없죠.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34.5%에 달합니다(출처: 통계청).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고립감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비율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책 속 위로만이 아니라, 제가 할머니께 손난로를 건넸던 것처럼 작은 실천입니다.

 

가족과의 화해, 진짜 나를 아끼는 방법

나태주 시인은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를 사랑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세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즐기는 삶을 살며, 가슴속 별을 잃지 마세요." 저는 이 문장을 읽으며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가족과의 평화였습니다.

 

그날 충장로에서 돌아오는 길에 엄마가 사주신 코트에 손을 넣으며 한참이나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사실 지금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아 연락도 하지 않고 찾아뵙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추위에 떨던 할머니 모습에서 엄마를 떠올리고 나니, 나를 아끼고 산다는 것이 결국 내 가족과 함께 웃을 수 있을 때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시인은 아버지와 할머니에 관한 에피소드를 담백하게 풀어놓습니다. 교장으로 재직할 때 학교에서 청소와 심부름을 했던 조무원에 대한 애틋한 추억도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성실히 가꾸어 가는 삶이 가장 귀하고 아름답다는 그의 메시지는, 제게 가족과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책에서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실패할수록 마음이 약해지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지만, 다시 시작할 용기를 가져라
  •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가슴속 별을 간직하라
  •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끼며 사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권리다

시인은 "희망이 있는 사람은 살아야 할 이유가 있고, 사랑하는 사람은 살아남을 이유가 있으며, 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에게는 내일을 기다릴 이유가 있다"라고 말합니다. 저에게는 엄마와 화해하는 것이 바로 그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나를 아낀다는 것은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결국 나태주 시인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실패를 위로하는 것을 넘어섭니다. 자존감을 회복하고, 작은 행동으로 위로를 실천하며, 가족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것. 이 세 가지가 진정으로 나를 아끼며 사는 방법입니다. 저는 이 책을 덮고 엄마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오랜만에 들은 엄마 목소리는 여전히 따뜻했습니다. 어쩌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서툴렀던 제가, 이제야 나를 제대로 아끼는 법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 https://livewiki.com/ko/content/live-cherish-yourself-na-tae-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