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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크의 시민정부론 (저항권, 사회계약, 자연상태)

sudajjeongea 2026. 3. 18. 23:15

 

권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 차이가 생사를 가를 수도 있다는 걸 저는 어릴 때 직접 경험했습니다. 심장 수술이 필요했던 저는 돈도 연줄도 없다는 이유로 대학병원 의사에게 수술 기회조차 받지 못할 뻔했습니다. 그때 청와대에 연줄이 있던 이모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주셨고, 덕분에 저는 살 수 있었습니다. 권력이 특권인 건 분명하지만, 그 권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1690년 출판된 로크의 시민정부론은 바로 이 권력의 정당성과 한계에 대해 말합니다.

왕권신수설 비판과 자연상태의 의미

로크가 시민정부론을 쓴 시대적 배경을 보면, 당시 영국에서는 왕의 권력이 신으로부터 온다는 왕권신수설(divine right of kings)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여기서 왕권신수설이란 군주의 통치권이 신의 뜻에 따라 부여된 것이므로 인간이 저항할 수 없다는 정치 이론을 말합니다. 로버트 필머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아담이 신으로부터 받은 부권이 왕권의 기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아담도 자신이 가진 힘을 시험해보고 싶지 않았을까요? 성경에 따르면 아담은 에덴동산에서 모든 생물 위에 군림했고, 이는 명백히 신의 힘으로 가능했던 일입니다. 하지만 로크는 이런 논리를 철저히 반박합니다. 아담에게 그런 지배권이 있었다는 성경적 근거가 없고, 설령 있었다 해도 그 상속자를 정할 명확한 신법이 없으며, 수천 년이 지난 지금 아담의 직계 장손이 누구인지 알 방법도 없다는 것입니다(출처: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로크는 국가 이전의 상태인 자연상태(state of nature)로부터 논의를 시작합니다. 여기서 자연상태란 정치권력이나 법적 구속이 존재하지 않는 인간의 원초적 상태를 의미하는데, 홉스와 달리 로크에게 이는 전쟁 상태가 아닙니다.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집중해서 읽었던 부분이 바로 이 자연상태였습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위험하고, 동시에 가장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단계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로크의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자연법(natural law)의 지도를 받습니다. 자연법이란 이성을 통해 깨달을 수 있는 신의 법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근본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연상태는 방종이 아니라 제한된 자유를 누리는 상태이며, 이미 가족 관계나 주인과 노예 관계 같은 사회적 관계들이 존재하는 원초적 사회였습니다.

사회계약과 정부의 역할 한계

그렇다면 왜 인간은 자연상태를 벗어나 정치 사회를 만들었을까요? 로크는 자연상태가 전쟁 상태는 아니지만 심각한 불편함을 내포한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 공정하고 무사공평한 심판자의 부재 - 개인은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 구체적인 법률의 부재 - 자연법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실제 분쟁 해결에 한계가 있습니다
  • 판결을 집행할 힘의 부재 - 판결이 있어도 이를 강제할 공권력이 없습니다

저도 제 경험을 돌이켜보면 이 문제가 왜 심각한지 이해됩니다. 제가 수술을 받아야 했을 때, 명백히 제게 생존권이 있었지만 그걸 보장해 줄 공정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사적인 연줄이라는, 일종의 자연상태적 해결 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사회계약(social contract)을 맺습니다. 여기서 사회계약이란 자유인들이 결합하여 공동체를 형성하고, 각자 가진 자연법 집행권을 공동체에 양도하는 합의를 뜻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공동체는 다시 정부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통치계약을 맺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홉스와의 차이입니다. 홉스는 사회계약으로 주권자에게 절대권력을 양도한다고 봤지만, 로크는 정부를 계약의 당사자로 보며 권력의 양도가 아닌 임무 수행을 위한 당분간의 위임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정부는 공동체의 청지기 또는 국민의 종과 같은 역할을 하며, 구성원 전체의 재산(생명, 자유, 자산 등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을 보전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합니다(출처: Internet Encyclopedia of Philosophy).

 

로크는 또한 권력분립론을 제시합니다. 입법권(legislative power), 집행권(executive power), 연합권(federative power)으로 나누는 이 체계에서, 여기서 연합권이란 외교와 전쟁에 관한 권한을 말합니다. 최고 권력인 입법권조차 인민의 복지라는 목적을 위해서만 활동할 수 있는 신탁된 권력입니다. 제 생각에 이 부분이 로크 이론의 핵심입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번갈아 입법부에 참여하고 임기가 끝나면 다시 법에 복종하는 시민이 되도록 함으로써 권력 남용을 막는다는 발상이 현대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었으니까요.

저항권의 정당성과 현대적 의미

그렇다면 정부가 위임받은 신탁을 배반하고 인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로크는 명확하게 답합니다. 인민은 입법부를 폐지하거나 변경할 저항권(right of resistance)을 가진다고 말입니다. 여기서 저항권이란 정부가 신탁에 반하여 행동할 때 인민이 그 정부를 교체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며, 폭정이 시작되기 전 예방적 저항과 폭력적 저항까지 포함합니다.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종교적 의미를 넘어서 생각해보면생각해 보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아담에게 주어진 힘도 결국 권력의 가장 높은 자리였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왕과 지도자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각 시대에 맞는 군주제도가 존재한다고 봐야 합니다. 물론 여전히 왕이 있는 나라도 있지만, 현대 같은 시기엔 국가 대 국가를 대표하고 다름을 인정하며 국가 이익에 복무하는 지도자가 운영하는 방식이 더 올바를 수 있습니다.

 

저항권에 대한 비판도 있었습니다. 저항권을 인정하면 반란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였죠. 하지만 로크는 네 가지 논리로 반박합니다. 첫째, 정부 해체는 사회 해체가 아니므로 무질서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둘째, 인민은 보수적이어서 저항권을 자주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셋째, 저항권 인정은 권력자의 폭정을 억제하여 오히려 반란을 감소시킵니다. 넷째, 저항권을 부정하는 것은 강도에 대한 대항을 부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논리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시민 참여가 여러모로 효율적일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도 있고 오히려 문제를 만드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보면 저항권이라는 명분으로 정치적 혼란이 야기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로크가 제시한 원칙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정부가 신탁에 반해 행동하는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주체는 인민이라는 것입니다. 비록 인민이 단일하지 않아 다수결의 문제가 남지만, 위임한 주체가 판단하는 것이 원론적으로 옳다는 입장입니다. 제가 겪었던 경험도 생각해 보면, 권력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그 권력이 정당하게 사용되었는지를 판단할 사람은 결국 저를 포함한 시민들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로크의 시민정부론은 300년 넘게 지난 지금도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이론입니다. 권력은 인민으로부터 나오며, 그 권력이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면 인민은 이를 바로잡을 권리가 있다는 원칙.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권력이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어야 한다는 방향성만큼은 분명히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권력의 남용과 책임이 화두가 되는 지금, 우리가 다시 로크를 읽어야 하는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참고: https://livewiki.com/ko/content/locke-civil-govern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