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장례식 (진심어린 관계, 후회없는 마지막, 지금 전할 말)

완벽한 장례식 (진심 어린 관계, 후회 없는 마지막, 지금 전할 말)**
과연 장례식장에 사람이 많으면 그게 완벽한 장례식일까요? 저는 오랫동안 그렇게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조현선 작가의 『나의 완벽한 장례식』을 읽고, 외할머니를 떠올리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화려한 장례식이 아니라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슬퍼해 줄 사람이 있는 것, 그것이 진짜 완벽한 장례식이라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중요한 것의 차이
사람들은 흔히 성공한 인생의 마지막을 장례식장 규모로 판단하곤 합니다. 특실을 예약하고, 비싼 수의를 준비하고, 조문객이 얼마나 많이 올지를 걱정합니다. 이른바 '웰다잉(Well-Dying)'이라는 개념도 물질적 준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웰다잉이란 품위 있고 준비된 죽음을 의미하는데, 많은 분들이 이를 경제적 준비와 동일시합니다.
책 속 최동진 할아버지가 바로 그랬습니다. 평생 모은 돈으로 최고급 장례식장을 예약했지만, 정작 텅 빈 장례식장 꿈을 꾸고 불안에 떨었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죽으면 과연 누가 와줄까, 장례식장이 초라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죠.
그런데 공원에서 만난 이병수 할아버지와의 우정이 동진 할아버지를 변화시켰습니다. "장례식장이 크면 뭐 하겠소? 사람이 없는데"라는 말이 핵심을 찔렀습니다. 동진 할아버지는 특실 예약을 취소하고 일반실로 바꿨습니다. 절약한 돈으로 병수에게 밥을 사고, 아플 때 돌봐주며 진정한 관계를 만들어갔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노인 1인 가구 비율은 2024년 기준 34.5%에 달합니다(출처: 통계청). 많은 어르신들이 외로움 속에서 화려한 장례식을 준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제 경험상 진짜 중요한 건 특실이 아니라 진심으로 함께해 줄 단 한 사람이었습니다.
책에서 제시하는 다섯 인물의 사연은 모두 같은 메시지로 귀결됩니다:
- 박영수 할아버지: 회사만 보다 가족을 잃었지만 "미안하다, 사랑한다" 한마디로 관계 회복
- 김순자 할머니: 30년간 차갑게 대한 며느리에게 "미안하다, 고맙다"로 화해
- 이경이 할머니: 치매로 기억을 잃어도 사랑은 남는다는 깨달음
- 정태수 할아버지: 불완전한 삶이라도 진심으로 살았다면 충분히 가치 있음
저는 이 부분에서 할머니 생각에 한참을 울었습니다. 10살까지 저를 키워주신 외할머니께 제대로 감사 인사 한 번 못 드렸거든요.
저만의 경험으로 본 후회 없는 마지막을 위한 준비
어릴 적 저는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부모님은 타지에서 맞벌이를 하셨고, 여동생은 부모님과 지냈지만 저는 할머니 댁에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에게 한글을 배웠고, 저를 제어해 줄 사람이 없었기에 늘 밖으로 나가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지냈습니다.
10살이 되어서야 부모님과 살게 되면서 할머니와 떨어졌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는 삼촌 댁으로 가셨고, 오랜만에 잠시 같이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할머니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철이 들면서 가정 불화가 심해지고 할머니와도 떨어져 살았지만, 한 번도 할머니를 잊은 적은 없었습니다.
조금 더 큰 후 처음으로 했던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할머니께 선물을 사드리려 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첫 월급 2일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이른바 '애도 과정(Grieving Process)'이라 불리는 단계를 겪었는데, 여기서 애도 과정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겪게 되는 심리적 회복 단계를 의미합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이러한 후회를 줄이기 위해 '생전 애도(Pre-grief)'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출처: 한국심리학회). 생전 애도란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있을 때 미리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여 이별 후 후회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책 속 박영수 할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화한 것이 바로 이런 생전 애도의 실천이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제 죽음 앞의 모습도 상상해봤습니다. 나는 죽음 앞에서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책이 제게 약간의 상실감을 준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지 않습니까? 나는 어떤 삶을 살고 나의 마지막을 어떻게 그려야 할까요?
누구에게나 죽음은 분명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솔직히 제 가족들도 제 장례식에서 진심으로 울어줄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제시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진심을 전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책 속 화자인 이순이(65세)는 병원 매점 야간 근무 경험을 통해 많은 노인들의 사연을 목격했습니다. 그녀 역시 박영수 할아버지처럼 일에 몰두해 가족을 소홀히 했고, 김순자 할머니처럼 미안하다는 말을 못 한 채 시어머니를 떠나보냈습니다. 이경이 할머니처럼 기억 상실 두려움을 느끼고, 정태수 할아버지처럼 첫사랑을 가슴에 품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행복과 완벽한 장례식은 화려함이나 명예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시간, 나눈 대화, 주고받은 진심에 있다는 것을요.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지금 당장 전하라고 독려합니다.
저도 이제는 압니다. 할머니께 선물을 못 드린 것보다 더 후회되는 건, 살아계실 때 "사랑한다"는 말을 더 많이 하지 못한 것입니다. 완벽한 장례식은 지금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기회입니다. 여러분도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미뤄둔 말을 전해보시기 바랍니다. 내 장례식에 누가 올지 걱정하기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할머니를 떠나보내며 배운, 가장 값진 교훈입니다.
참고: https://livewiki.com/ko/content/perfect-funeral-senior-audio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