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번아웃 극복 (감정 초점, 자기 편 되기, 통제 내려놓기)

정신과 전문의 정우열 선생님이 쓴 <나는 왜 내 편이 되지 못할까>라는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저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저 스스로를 꽤나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요즘의 제 모습은 무척이나 신경질적이고 이기적이고 날카로웠으니까요. 아이들에게 자주 짜증을 내고, 아내에게 화를 내는 제 모습이 낯설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감정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성장 배경과 경험이 감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육아에 지친 부모들이 자신의 삶과 감정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외부 상황이 아닌 내 감정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저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첫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 6개월 만에 결혼했습니다. 다음 해 겨울 끝자락에 큰딸을 낳았고, 큰아이가 세 살이 되었을 때 둘째도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그때 즈음 친한 지인에게 사기를 당해서 늘 신경이 곤두서 있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정말 기쁘고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지만, 그 당시 제 마음은 무척이나 피폐하고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정우열 선생님은 책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외부 문제가 아니라 그 문제를 해석하고 자신에게 주는 메시지"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해석'이란 동일한 상황을 겪어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감정과 의미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저 역시 금전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족을 돌보고 산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결국 제를 괴롭힌 건 돈 문제 그 자체가 아니라 "나는 가족을 지킬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제 스스로에 대한 해석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늘 짜증이 많았고, 저의 그 신경질적인 모습은 가족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갔습니다.
책에서는 사회가 우리를 외부 환경에 집중하게 만들고,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고통 때문에 마음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별로다'라는 사실을 수용하면 새로운 시야가 열리고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까지 수용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저는 신경과에 가서 상담을 받고 약도 먹어봤지만, 금세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저로 인해 아내의 고생을 모른 척할 수는 없었고, 커가는 아이들을 방치할 수는 없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의 약 68%가 양육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합니다(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 역시 이 통계 안에 포함된 사람이었고, 외부 문제를 해결하려고만 했지 제 감정에 집중하지 못했던 시간이 길었습니다. 아이들이 조금만 시끄럽게 굴어도 소리를 질렀고, 아내가 조금만 신경을 건드리면 화를 냈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자주 싸웠고 욕설도 서슴지 않게 오갔습니다.
나 자신의 변호사가 되어 통제감을 내려놓기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나의 부족함을 비난하는 검사나 판사가 아닌, 나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변호사가 되어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여기서 '변호사'란 자신의 잘못을 다독이고 잘한 것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저는 늘 제 자신에게 너무 가혹했습니다. 조금만 실수해도 "역시 난 안 돼"라고 자책했고, 잘한 일도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치부했습니다.
정우열 선생님은 책에서 통제 욕구가 강한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하는데, 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큰 스트레스나 무력감을 경험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러한 무력감이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불안과 결합하여 과도한 통제 욕구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사기를 당한 뒤 느낀 무력감이 너무 컸고, 그 무력감을 극복하기 위해 제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까지 통제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행동, 아내의 말투, 심지어 집안의 사소한 정리 상태까지 제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고 생각을 바꾸기 시작하면서 조금은 차분해지는 제 모습에 아이들도 제 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도 화를 자주 내지 않는 제 모습에 웃는 얼굴을 많이 보여줬습니다. 책에서는 부모의 지나친 통제가 아이에게 무기력감을 대물림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데, 저는 이 부분에서 정말 반성했습니다. 제가 겪은 무력감을 아이들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저자는 또한 타인의 시선과 외부 메시지에 과도하게 신경 쓰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나를 위한 결정을 하라고 조언합니다. 소소한 것부터 나를 중심으로 의사 결정을 해보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조언을 따라 출퇴근길에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시작했고, 주말에는 아이들을 잠시 맡기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죄책감이 들었지만, 이런 시간이 쌓이면서 저는 조금씩 제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법을 배웠습니다.
책에서 제시하는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외부 상황이 아닌 내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나 자신을 수용하는 연습을 한다
-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한 결정을 하며, 필요할 때는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 지나친 통제감을 내려놓고, 상대방에게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주관과 의지가 있음을 인정한다
- 나 자신의 변호사가 되어 잘못한 것은 다독이고, 잘한 것은 적극적으로 인정한다
- 나와 부모는 다른 사람이며, 아이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충분히 다르게 성장할 수 있음을 믿는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조금은 삶의 질이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지만, 그것들이 제 감정을 지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때부터 아이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저 자신을 다독이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육아서에 지친 부모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권합니다. 아이를 바꾸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돌보는 것, 그것이 진짜 좋은 부모가 되는 첫걸음이라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참고: https://livewiki.com/ko/content/parenting-burnout-mental-insigh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