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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지키려는 고양이 (공감능력, 독서경험, 마음의힘)

sudajjeongea 2026. 3. 2. 21:30

너를 지키려는 고양이 (공감능력, 독서경험, 마음의 힘)

솔직히 저는 요즘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매일 체감합니다. 나쓰카와 소스케 작가가 7년 만에 신작 『너를 지키려는 고양이』를 내놓으며 현대인의 공감능력 상실을 이야기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도, 저부터 '과연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습니다. 스마트폰 숏츠에 익숙해진 제 집중력으로는 긴 소설을 완독 하는 것이 마치 호화로운 사치처럼 느껴지거든요.

정보 과잉 시대, 책이 주는 진짜 힘

일반적으로 책은 지식을 얻는 수단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책의 진짜 가치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훈련이죠. 이 소설의 주인공 나나미는 천식으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홀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는데, 그 과정에서 『행복한 왕자』, 『오즈의 마법사』, 『셜록 홈스』 같은 책들을 통해 용기와 지혜, 불굴의 정신을 배웠다고 합니다.

여기서 '공감능력(empathy)'이란 타인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고 함께 느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나쓰카와 작가는 스마트폰 정보 과잉으로 인해 이 공감능력이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는데, 실제로 현대인의 평균 집중 시간은 2000년 12초에서 2024년 8초로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 15초짜리 숏츠에 익숙해진 우리가 타인의 아픔을 천천히 상상할 여유를 잃어버린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저 역시 매년 서너 권의 책을 집어 들지만 끝까지 읽는 건 한두 권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 한두 권이 주는 깊은 사유의 경험은 수백 개의 영상 콘텐츠가 채워주지 못하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소설 속 나나미가 도서관에서 책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두렵지만 그래도 맞서기로 결심하는 장면에서, 저는 제가 언제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서 나나미를 돕는 서점 주인 린타로는 '마음의 눈'이라는 개념을 언급합니다. 여기서 마음의 눈이란 소중한 것을 알아보고 지킬 수 있는 내면의 감각을 뜻합니다. 린타로는 세상에 퍼진 '차갑고 공허한 기운'이 사람들의 마음의 눈을 흐리게 만든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비단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2023년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37.8%에 달했습니다(출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정보 과잉 속에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사는 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다는 것

나나미는 자신이 한번 읽기 시작한 책은 끝까지 읽는 성격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합니다. 솔직히 이 대사를 읽으면서 제가 얼마나 많은 책을 중간에 덮었는지 떠올랐고,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일반적으로 독서는 완독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제 경험상 그보다 중요한 건 '왜 이 책을 읽고 싶은가'를 스스로 아는 것이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나나미가 지키려 했던 건 단순히 책이 아니라 그 책들과 함께 보낸 고독하지만 소중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기암성』 같은 책들은 그녀에게 친구였고, 그 책들을 통해 배운 용기와 희망이 현실의 어려움을 견디게 해 준 힘이었죠. 린타로가 나나미에게 "가장 강한 것은 진실과 마음의 힘"이라고 격려하는 장면은, 결국 책이 주는 진짜 가치가 정보가 아니라 내면의 성장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나나미의 친구 이스카는 말하는 고양이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친구를 걱정하며 동행해 줍니다. 이 장면에서 '독서 공동체(reading community)'의 중요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독서 공동체란 책을 매개로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을 뜻합니다. 혼자 읽을 때보다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때 책의 의미가 더욱 풍부해지는 경험, 여러분도 해보셨을 겁니다.

 

작가가 7년 만에 다시 펜을 든 이유는 명확합니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타인의 삶을 상상하고 공감하는 훈련이기 때문입니다. 나나미가 수많은 책의 주인공들을 통해 배려와 유머, 인내를 배웠듯이, 우리도 책장을 넘기며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갑니다.

책이 주는 핵심 가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깊은 사유를 통한 공감능력 회복
  • 고독한 시간을 견디는 내면의 힘
  • 타인의 경험을 통한 간접 학습과 성장
  • 정보 과잉 시대의 집중력 훈련

조금은 느려도 괜찮고, 끝까지 다 읽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저 역시 요즘은 하루 10분이라도 스마트폰 대신 책장을 넘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책 한 권을 펼치는 그 작은 시도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나나미처럼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혹시 지금 책 읽기를 숙제처럼 느끼고 계신다면, 린타로와 고양이, 그리고 나나미의 여정을 따라가 보시길 권합니다. 책장을 덮는 순간, 오래전 읽다 만 책 한 권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일 겁니다.


참고: https://livewiki.com/ko/content/cat-adventure-audiobook-sosu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