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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한국사회 (민주화운동, 독재정권, 역사반복) 1980년대 초반, 대한민국 거리에는 최루탄 냄새가 일상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 시절 어린아이였지만, 코끝을 찌르는 매운 냄새와 함께 울려 퍼지던 함성 소리를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80년부터 1987년까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공식 집계된 사상자만 수천 명에 달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이들이 다치거나 사라졌다고 합니다([출처: 국가기록원] (https://www.archives.go.kr)). 그저 대학교 앞 도로를 지나는 것만으로도 제압 소리와 비명이 뒤섞인 광경을 목격해야 했던 시절, 저는 그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군사정권 시대의 폭압과 민주화 열망제가 태어난 1981년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1년 .. 2026. 3. 14.
요리사의 기술 습득 (참치 손질, 모방 학습, 1년의 수련) 요리사가 되려면 정말 학원에서 배워야만 할까요? 저는 서울 부자 동네 참치 전문점 주방에서 1년을 보내며 그 답을 찾았습니다. 2000년대 중반, 성공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친구들과 모은 돈을 들고 상경했던 저에게 첫 직장은 참치 전문점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배운 방식은 학원의 커리큘럼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몸으로 익히는 '도제식 기술 습득(apprenticeship learning)'이었습니다. 여기서 도제식 기술 습득이란 전통적으로 장인이 제자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체계적 교육보다는 관찰과 모방, 반복을 통해 숙련도를 높이는 학습법을 의미합니다. 참치 손질부터 시작한 주방 수련 과정제 하루는 홀 청소로 시작했습니다. 새벽같이 출근해 테이블을 닦고 나면 단무지를 썰어야 했고, 그다음엔 냉동고에.. 2026. 3. 13.
침묵의 봄 (환경오염, DDT 살충제, 생태계 파괴) 어릴 적 겨울이면 처마 끝에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을 깨 먹곤 했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해도 괜찮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믿기지 않지만, 봄이면 동네 곳곳에 진달래가 피었고, 5월만 되면 청개구리 우는 소리에 개울가가 시끄러울 정도였습니다. 형들과 메뚜기를 잡고 무화과를 따먹던 그 시절, 계절은 지금보다 훨씬 뚜렷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비 오는 날 우산 없이는 밖에 나가지 않습니다. 산성비 때문입니다.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읽으며 이 변화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한 통의 편지가 바꾼 세상1958년, 레이철 카슨은 친구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정부가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를 살포한 후 새들이 죽어나갔는데, 당국은 무해하.. 2026. 3. 12.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아버지와의 화해, 판타지 설정, 인생 반전) 아버지를 경멸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어릴 적 산동네에서 이발소를 운영하시며 때 묻은 작업복을 입으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부끄러웠고, 큰 집으로 이사한 뒤에도 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아버지의 선택들이 못마땅했습니다. 무라세 다케시의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은 바로 그런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가마쿠라 시 열차 탈선 사고라는 판타지 설정을 통해 사망한 아버지와 재회한 아들이 뒤늦게 깨닫는 진실,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을 그린 이 소설은 저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유령 열차 설정과 아버지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소설 속 주인공 유지는 도쿄 명문대를 졸업하고 종합상사에 취직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상사 하타케야마의 괴롭힘과 업무 실패가 반복되면서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결국 회사를 그만.. 2026. 3. 12.
코스모스 책 리뷰 (별의 먼지, 우주의 질서, 존재의 의미)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저 멀리 반짝이는 별들이 사실은 지구보다 몇백 배 큰 천체라는 사실에 두렵기까지 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달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눈에는 동전만 한 크기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마어마한 질량을 가진 천체가 저 위에 떠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바로 이런 우주의 광활함 앞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우리는 별의 먼지로 만들어졌다칼 세이건은 책에서 인간을 "별의 먼지(stardust)"라고 표현합니다. 여기서 별의 먼지란 수십억 년 전 먼 우주에서 별이 핵융합 반응을 거쳐 만들어낸 원소들이 초신성 폭발로 흩어져 결국 지구와 생명체를 구성하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저희 몸을 이루는 산소, 철분, 칼슘 같은 원소.. 2026. 3. 12.
조용한 행복 (어른의 일상, 자기 희생, 불행 수비) 솔직히 저는 어른이 되면서 말을 줄이게 됐습니다. 어릴 때는 궁금한 것도 많고 호기심도 많아서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는데, 이제는 옳은 일에 옳다고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말 한마디가 관계를 깨뜨릴 수 있다는 걸 너무 많이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의 행복은 정말 조용한 걸까요?어른의 행복은 왜 일상의 평화인가당신은 오늘 하루가 무사히 지나간 것에 감사한 적이 있나요? 저는 지하철이 제시간에 왔고, 회사에서 특별한 일이 없었고, 예상치 못한 전화가 걸려오지 않은 날이면 그것만으로 '오늘 괜찮은 하루였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는 이런 평범함이 지루하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이 조용함이 얼마나 귀한 건지 알겠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 2026. 3. 11.